컴퓨터 모니터 안 켜짐, 팬은 도는데?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윙'하는 익숙한 팬 소리는 들리지만, 정작 모니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답답한 상황을 겪어보셨을 겁니다. 본체는 작동하는 것 같은데 화면이 나오지 않으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죠. 오늘은 이렇게 컴퓨터 팬은 도는데 모니터가 안들어옵니다 증상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단계별 해결 방법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기본 사항
문제가 발생하면 복잡한 원인부터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간단한 곳에 해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컴퓨터 본체를 열기 전에 외부 환경부터 차근차근 점검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단계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절반 이상입니다.
모니터 자체 전원 점검
가장 기본적인 확인 사항입니다. 모니터 전원 케이블이 콘센트에 잘 꽂혀 있는지, 그리고 모니터 자체의 전원 버튼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세요. 모니터 하단이나 뒷면의 LED 표시등에 불이 들어오는지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불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면 모니터 어댑터나 전원 케이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케이블 연결 상태 확인
모니터와 컴퓨터 본체를 연결하는 디스플레이 케이블(HDMI, DP 등)이 헐겁게 끼워져 있을 수 있습니다. 양쪽 포트에서 케이블을 완전히 뺐다가 '딱' 소리가 나도록 다시 단단히 꽂아보세요. 케이블 자체의 결함일 수도 있으니, 여분의 케이블이 있다면 교체해서 테스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외부입력 소스 변경
모니터에는 여러 개의 입력 포트가 있습니다. 실수로 다른 입력 소스(예: HDMI1에서 HDMI2로)로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 모니터의 '소스(Source)' 또는 '입력(Input)' 버튼을 눌러 현재 컴퓨터와 연결된 포트가 맞는지 확인하고, 올바른 포트로 변경해 보세요.
그래픽카드 포트 연결 확인
기본 점검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면, 이제 본체 뒷면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특히 조립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그래픽카드를 별도로 장착한 경우,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케이블 연결 위치 오류입니다.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
컴퓨터 본체 뒷면을 보면 메인보드에 기본으로 장착된 '내장 그래픽' 포트와, 별도로 장착한 '외장 그래픽카드'의 포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로로 길게 배치된 메인보드 쪽이 내장, 가로로 배치된 슬롯 쪽이 외장 그래픽카드입니다. 고사양 게임이나 작업을 위해 외장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면 반드시 외장 그래픽카드 포트에 모니터 케이블을 연결해야 합니다.
올바른 포트에 연결하기
저 역시 처음 컴퓨터를 조립했을 때, 무심코 메인보드의 내장 그래픽 포트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화면이 왜 안 나오는지 한참을 헤맸던 경험이 있습니다. 외장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상태에서 내장 포트에 연결하면 신호가 출력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케이블이 엉뚱한 곳에 꽂혀 있지는 않은지 꼭 확인해 보세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 메모리(RAM) 재장착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도 화면이 켜지지 않는다면, 가장 유력한 원인은 메모리(RAM) 접촉 불량입니다. 컴퓨터 부품 중에서도 램은 미세한 충격이나 습도, 먼지 등에 민감하여 접촉 불량이 자주 발생하는 부품입니다. '지우개 신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해결 방법이죠.
메모리(RAM) 분리하기
먼저 컴퓨터 전원을 완전히 끄고, 전원 케이블을 분리하세요. 본체 측면 패널을 열고 메인보드에 길게 꽂혀 있는 메모리를 찾습니다. 메모리 슬롯 양쪽의 고정 클립을 바깥쪽으로 누르면 '탁' 소리와 함께 메모리가 살짝 위로 올라옵니다. 조심스럽게 메모리를 슬롯에서 완전히 빼냅니다.
접촉 불량 해결 '지우개 신공'
분리한 메모리의 금색 접촉 단자 부분을 학생 때 쓰던 평범한 지우개로 조심스럽게 문질러 줍니다. 산화되거나 먼지가 낀 부분을 닦아내는 과정입니다. 너무 세게 문지를 필요는 없습니다. 지우개로 닦아낸 후에는 지우개 가루가 남지 않도록 입으로 불거나 부드러운 솔로 깨끗하게 털어내야 합니다.
정확하게 재장착하기
메모리를 다시 슬롯에 장착할 때는 방향에 주의해야 합니다. 메모리 하단의 홈과 메인보드 슬롯의 돌기가 정확히 맞도록 위치를 잡고, 양쪽 끝을 균일한 힘으로 지그시 눌러줍니다. 양쪽 고정 클립이 자동으로 '딸깍' 소리를 내며 잠길 때까지 눌러주어야 완벽하게 장착된 것입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았다면
메모리 재장착은 매우 높은 확률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간혹 더 복잡한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를 부르기 전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몇 가지 방법입니다.
잔류 전원 제거 후 부팅
컴퓨터 내부에는 전원을 꺼도 미세한 전류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본체의 전원 케이블을 뽑은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15~20초 정도 길게 눌러주세요. 이는 내부에 남아있는 잔류 전원을 완전히 방전시켜 부품들의 일시적인 오류를 초기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후 다시 케이블을 연결하고 부팅을 시도해 보세요.
메인보드 수은 전지(CMOS) 초기화
메인보드에는 동그란 수은 전지(CR2032)가 있습니다. 이 전지를 잠시 뺐다가 다시 끼우면 메인보드의 설정값(BIOS)이 공장 초기 상태로 돌아갑니다. 바이오스 설정 오류로 인한 부팅 문제일 경우 이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전지를 뺄 때는 드라이버 등으로 조심스럽게 고정 클립을 눌러주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삐' 소리가 나면서 화면이 안 나와요
컴퓨터 부팅 시 들리는 '삐' 소리는 비프음(Beep Code)이라고 하며, 하드웨어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짧게 한 번 울리는 것은 정상이지만, 길거나 여러 번 반복해서 울린다면 특정 부품의 문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짧게 3번은 메모리 오류, 길게 1번 짧게 2번은 그래픽카드 오류일 수 있습니다. 사용 중인 메인보드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비프음의 의미를 찾아보면 원인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제까지 잘 됐는데 갑자기 왜 이러나요?
컴퓨터는 매우 정밀한 기기라서 작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생긴 내부의 습도 변화, 미세한 먼지 축적, 혹은 자신도 모르는 작은 충격으로 인해 부품의 접촉 상태가 미세하게 틀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대부분은 간단한 재장착으로 해결됩니다.
이 방법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내해 드린 모든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팬은 도는데 모니터가 안들어옵니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파워 서플라이(PSU), 메인보드, CPU 등 핵심 부품의 고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개인이 해결하기는 어려우므로, 더 큰 손상을 막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컴퓨터 수리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을 권장합니다.